임은정 검사님 페이스북[임은정검사님 저격사건]

2020. 1. 15. 00:22정치소식

검찰 내부게시판이 이래저래 소란스러운데, 말들이 부딪치는 소리가 검찰담을 넘어 많은 페친분들이 사정을 궁금해하실 듯 합니다.
2018년 2월 21일, 저는 인사동에서 윤대진 당시 중앙지검 1차장을 만났습니다. 그 날 윤차장은 저와 연수원 동기인 여검사 한 명과 함께 왔습니다. 그 사람이 바로 정유미 당시 중앙지검 공판3부장이지요.
오늘 정유미 부장이 이프로스에 글을 하나 올렸습니다. 정유미 부장은 자신이 그 인사동 자리에 합석했던 검사라 밝히며 ‘윤대진 당시 중앙지검 1차장이 좋은 마음으로 유학을 권유한 것으로, 그 자리에서 그런 인사제의가 있었는지 자신은 들은 기억이 없다. 설혹 했다고 하더라도, 중앙1차장이 그런 제의를 할 수 없는 지위이니, 진지하게 제안할 것일 수 없고, 네가 오해한 게 아니라면, 조직을 욕보이려고 왜곡한 것으로 생각된다’는 취지의 글을 올렸습니다.
댓글에다, 정유미 부장의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좀 상세히 그때 일을 적었었는데, 궁금해하실 페친분들에게도 소개해 드립니다.
윤차장은 저와 함께 근무한 적이 없던 사람이라, 저와 친분이 있는 정유미 당시 중앙공판3부장을 통해 저녁 제의를 하여 인사동에서 만났습니다. 윤차장은, 칼럼에 소개한 바와 같이 서지현 검사의 미투 때문에 저를 부장 승진 못 시켰다고 양해를 구한 후 해외연수 제의를 하며 개인의 행복을 찾으라고 열심히 설득했었지요. 미투 운운이 새빨간 거짓말이라 당황하여 정부장을 쳐다봤었습니다. 같이 당황할 줄 알았는데, 편안하게 한정식 반찬을 먹고 있는 걸 보고 섭섭했던 기억이 납니다.
당시 오고간 대화를 요약하면... 임: 해외연수 간다면, 12월에 해외로 떠야 하는데, 그걸 핑계로 또 부장 승진 안 시키려고 그러는거 아니냐 윤: 나도 홍성지청 부장으로 12월에 떠났다. 걱정하지 마라. 친정이 부산이지? 여름 인사에 부산지검 여조부장으로 보내주겠다. 대신 비밀로 하고 있어라. 임: 아버지가 좋아하시겠다
진지하고 장황하게 설득하는 윤차장에게 저 역시 진지하게 듣는체하며 고개를 끄덕이고 맞장구를 치긴 했는데... 속으로는 몹시 불쾌했습니다. 시끄러운 사람 해외로 보내려는 의사가 노골적이었고, 미투 운운 거짓말을 한 사람의 나머지 말도 신뢰하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동기인 중앙지검 부장을 옆에 두고, 이미 동기들이 2회째 근무 중인 부산지검 여조부장 후임자리가 먹음직스러운 거래조건인양 내미는 거라, 모욕적이었거든요. 검찰에서 동기들이 2번 거친 자리에 3번째로 가면 삼진이라고 하여, 동기 최하위 그룹이지요. 선수들끼리 서로 다 아는 처지에^^;;
진지하게 듣는 체 했지만, 당연히 어학시험 신청을 하지 않았습니다. 같은 해 5월 1일, 윤차장이 직접 내부망 메신저로 연락을 해왔습니다. 영어공부 열심히 하고 있는지 확인을 했지요. 제가 신청도 안한 것을 알고 얼마나 실망하던지… 인사 발표날 오전 전화를 하여 제가 약속을 지키지 않아 자기도 약속을 지키지 않는 거라고 변명했다는 말은 칼럼에 소개한 바와 같습니다.
국가배상소송을 하며 비망록을 제출했는데, 그 때 겪었던 기록도 증거에 제출하였으니, 검찰국장이었던 윤차장이 아마 보고받지 않았을까요?
정유미 부장이 당시 주의 깊게 안 들었다고 하기엔 관련 대화가 너무 길어서 못 들었을 리 없습니다. 기억을 못하거나, 거짓말을 하거나 둘 중에 하나인데, 정유미 부장이 저만큼 기억력이 좋다고 할 수는 없고 남일이기도 하니 기억을 못하는 걸로 선해하려 합니다.
다만, 소윤은 문재인 정부 출범 후 검찰 최고 실세로 부상하여 검찰 인사를 지속적으로 좌우했음은 검찰에서 공지의 사실인데, 당시 1차장에 불과한 소윤이 어떻게 인사 이야기를 할 수 있냐는 취지의 정유미 부장의 원칙론적인 반론은 솔직하지 못하다 싶어… 나머지 주장은 솔직한가에 대한 회의가 좀 있습니다.
ps. 서지현 검사가 아직 병가 중이지요. 현실적으로 돌아오기는 힘들겠다… 싶네요. 공수처 법률이 오늘 공포되었다는 공지글을 보았습니다. 고달픈 하루였지만, 그럼에도 저는 감사하고 있습니다.